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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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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생활쓰레기로 매립된 원룸을 비워내는 작업

이 사진을 한참 들여다봤다. 올리는 게 맞나, 잠깐 망설였다.

세이프리셋 안희열이다. 쓰레기집·특수청소 현장만 다년간 돌며, 남의 눈에 안 보이던 바닥과 벽까지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일을 한다. 이 글은 평소처럼 존댓말로 안 쓴다. 그냥 현장에서 본 걸 담담히 적으려 한다.

발 디딜 곳이 없으면, 시작점도 안 보인다

이 원룸은 매트리스 옆까지 페트병과 일회용품, 흰 비닐봉지가 발목 위로 쌓여 있었다. 가운데 검은 모니터가 더미 위에 얹혀 있었고, 왼쪽엔 흰 냉장고. 매트리스에는 누런 얼룩이 번져 있었다.

검은 패딩을 입은 작업자가 허리를 굽혀 흰 마대에 쓰레기를 담는 중이다. 저 자세로 하루 종일이다. "어디서부터?"라는 질문에 우리가 늘 똑같이 답하는 게 있다. 발 디딜 한 평부터. 거기서부터 한 봉지씩.

집이 이 정도가 되면, 정작 사는 사람은 시작점을 못 찾는다. 어디를 먼저 치워야 다음이 보이는지 가늠이 안 되니까. 그게 게으름이 아니라는 걸,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알았다.

한 봉지씩, 그게 전부다

거창한 비결은 없다. 진짜로 한 봉지씩이다.

비워낸 쓰레기를 복도에 종량제봉투로 배출한 모습

이건 같은 현장에서 비워낸 걸 복도에 내놓은 장면이다. 파란색, 흰색 종량제봉투가 벽을 따라 수십 개 줄을 섰다. 바닥엔 노란 점자블록, 복도 끝엔 갈색 상의를 입은 분이 앉아 있다.

저 봉투들이 처음엔 방 안에 다 있었다. 한 봉지에 담고, 묶고, 복도로. 그걸 반복하면 어느 순간 바닥이 드러난다. 사람이 짐에 압도되는 이유는 그 양을 한꺼번에 보기 때문이다. 봉지 단위로 쪼개면, 끝이 보이는 일이 된다.

우리 현장에서는 이 봉투를 한 줄로 세워놓고 다시 분류한다. 페트병, 일반, 음식물.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 빨리 끝내려고 섞어 버리면 그건 무단투기가 되고, 지자체 조례에 따라 신고·수수료가 정해진 절차도 어기는 거니까. 제대로 하려면 오래 걸린다. 대충 빨리 vs 제대로 한 번. 우리는 후자다.

혼자 다 하지 않아도 된다

그 방에 살던 사람도, 사실 몇 번은 치우려고 했을 거다. 봉투를 사 오고, 한 칸 정리하다가, 다시 덮였을 거다. 나는 그 마음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내 집 창고도 몇 달째 그대로니까.

다른 건 하나다. 우리는 그 시작점을 대신 잡아준다. 발 디딜 한 평을 먼저 만들고, 거기서부터 함께 비운다. 당신이 봉지를 다 들 필요 없다.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으면, 그냥 사진 한 장만 보내면 된다. 우리가 첫 봉지를 어디서 들지 정해서 알려준다.

여기서 본 건, 여기서 끝난다. 이웃도, 가족 외 누구도 모른다. 그게 우리가 가장 먼저 지키는 약속이다.

비용은 짐의 양과 오염 정도로 정해진다. 정확한 건 보고 정한다. 현장 확인 후 안내드립니다. 추정으로 적지 않는다.

- 원룸 쓰레기집, 하루에 끝낼 수 있을까요 - 이웃에게 알려질까 봐 못 부르셨다면 - 쓰레기집 청소, 어디까지 치워주나요

지금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하셔도 괜찮습니다. 그 시작점을 정하는 게 저희 일입니다. 사진 한 장만 보내주시면 첫 봉지를 어디서 들지 먼저 알려드릴게요. 통화가 부담스러우면 문자만 남기셔도 되고, 가족분이 대신 문의하셔도 됩니다. 급하게 결정 안 하셔도 됩니다. 비밀보장 상담 010-8674-2885

Q. 집정리, 혼자 못 치우겠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하나요?

A. 발 디딜 한 평부터, 한 봉지씩입니다. 양을 한꺼번에 보면 압도되니 봉지 단위로 쪼개면 끝이 보이는 일이 됩니다. 시작점은 저희가 대신 잡아드립니다.

Q. 너무 많이 쌓여서 부끄러운데 그래도 부를 수 있나요?

A. 부르셔도 됩니다. 사는 분이 시작점을 못 찾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양에 압도된 상태입니다. 비밀은 지킵니다.

Q. 제가 직접 짐을 다 옮겨야 하나요?

A. 아닙니다. 비움은 저희가 합니다. 무엇을 남기고 비울지만 함께 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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